제주지역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 축산 액비가 아닌 화학비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지역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양돈, 생존 해법은 청정과 공존’을 주제로 한 제1회 제주양돈포럼이 12일 JIBS 제주방송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대한한돈협회제주도협의회(협의회장 김재우)가 주최하고, 제주경제신문(대표이사 강창수)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JIBS 제주방송 스튜디오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 김두환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양돈분뇨 액비 활용과 지하수 및 노양 오염의 연관’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새로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제주지역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며 “화학비료, 주택 오·폐수, 축산 액비 등 다양한 지하수 오염원이 존재하는 데 지역사회의 인식은 ‘양돈’이 지하수 오염이 주범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산 액비가 지하수 오염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주범’은 아니”라며 “명확한 기준 없이 모호하고 부정확한 표현이 사회적 혼란과 특정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JIBS 제주방송 이정민 아나운서, 고한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교수, 김재우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양돈 밀집 지역과 화학비료 살포 지역, 일반 지역 등을 대상으로 지하수와 지표수 오염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면서 “조사 결과 지하수는 화학비료, 지표수는 액비살포지역에서 질산성 질소 성분이 많이 검출됐다. 종합적으로 보면 액비 활용 지역이 화학비료 살포지역보다 지하수 오염의 기여도는 분명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한항공 등에 제주지역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공항(주) 먹는 샘물인 경우 액비살포지역에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미생물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질산성 질소는 0.7~0.9mg/L, 수소이온농도는 7.1~7.6, 염소이온 8.3~8.8mg/L 등 주요 항목에서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취수정 주변 지역의 수질은 현재까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양돈분뇨 액비 활용은 지하수 오염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축산액비가 지하수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면서 “액비 보다 화학비료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농업 정책 전환 등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주환 교수 , 강원명 제주도 축산과장, 김종환 한국환경기술협의회 제주환경기술인협회장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액비 활용과 악취 저감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JIBS 제주방송 이정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고한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교수, 김재우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 강원명 제주도 축산과장, 김종환 한국환경기술협의회 제주환경기술인협회장, 김주환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종환 협회장은 행정 주도의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회장은 “제주도의 환경부서는 ‘단속’을 축산부서는 ‘지원’을 담당하기 때문에 양 부서 간 협의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악취,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해 양돈 농가도 책임이 있다. 그 때문에 행정에서 제도개선 등을 통해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명 과장은 “자기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부서 간 이견은 당연한 것”이라며 “최근 액비 정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먹는 물 수준까지 생산해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묶여 이를 농경지 등에 살포하지 못하고 있는데,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필(必) 환경 시대’에 맞는 양돈분뇨 처리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고한종 교수는 “축산 악취 문제는 전 사회적 이슈”라며 “제주도는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악취관리지역’을 지정‧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처리시설 확충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투자와 이를 관리‧운영할 인력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시민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에 맞는 양돈업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우 회장은 “지난 2017년 상명석산 축산 분뇨 불법 배출사태로 인해 양돈업계의 이미지가 추락했고,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후 많은 농가들이 반성 속에 다양한 설비투자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불법을 저지른 농가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행사를 8년째 조용히 진행하고 있고, 그 외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두환 교수는 “악취 문제는 양돈장의 존폐문제와 직결되는 ‘전쟁’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악취 저감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 때문에 원인 제공자 측에서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