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사이에 무소속을 포함해 당적이 4번이나 바뀌었다.
다름 아닌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에 오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야기다.
2016년 겨울, 촛불 혁명이 시작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원 지사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유승민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박근혜 탄핵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그의 정치적 행보는 결단으로 내비치기도 했으나 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면서 이에 앞서 19대 총선에서 ‘공천배제’ 소문이 흘렀고 그는 지방선거를 통해 이미 제주도지사 자리에 올랐다.
원 지사는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친 전형적인 보수정치인이다.
하지만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의원 등과 3명의 당내 혁신인사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일은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던 그는 바른미래당이 출범하자 무소속을 선택했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난의 중심이던 보수 정당’을 떠나 무소속이라고 자처했다.
지난 1월 21일 박형준 통합추진위원장과 만난 원희룡 지사, 이 당시 원 지사는 합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며 앞으로 정당을 선택할 경우는 도민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무소속이 되자 일부 지지자들은 ‘원 지사를 보수정치인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탈당 세력이 합친 미래통합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도로 ‘자유한국당’이라는 비판을 일부에서 받는 정당의 중심 인사가 됐다.
보수는 과연 탄핵의 강을 건넜나
원 지사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보수통합 쟁점 중 하나인 ‘탄핵의 강’과 관련 "이미 심정적으로나 대의명분으로나 이미 건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탄핵의 강이란 ‘보수통합’을 앞두고 박근혜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유승민 계열과 자유한국당내에 남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친박의 갈등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로 정치권에서 사용됐다.
유승민 계열 의원들은 ‘당내에 잔존하는 친박 의원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 왔고 당내 친박 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세력들과 같이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반면 4.15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런 주장들을 접고 무조건 합쳐야 한다, 즉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통합파들은 양측을 설득해 왔다.
탄핵에 강하게 반발하는 조원진 의원은 애초부터 ‘우리공화당’을 만들어 여.야 할 것 없이 비난해 왔다.
지금도 ‘탄핵 오적’을 배제해야 하며 그럴 경우 자신들도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원 지사가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탈당을 거듭한 본인의 정치행보에 정당성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그래야만 본인의 탈당과 미래통합당 합류라는 정치적 간극에서 일치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민에게 물어본다고 했는데, 누구에게?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민이나 도민은 추상적이다.
국민 중 몇 %, 도민 중 몇 %라는 데이터 없이 그냥 입에 올리는 말버릇과 다름 아니다.
원 지사 옆에서 ‘향후 정치일정을 이렇게 가져가야 이익’이라고 설득하는 사람도 도민이고, 도지사가 특정정당의 최고위원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도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도민일 터.
그 중에서 원 지사가 도민으로 여기는 사람은 전자일 것이다.
다시 중앙정치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원 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오는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폭망하면 보수세력은 황교안 당대표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인사를 물색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도 원 지사와 함께 거론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기 바란다.
표를 주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