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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선제일검? 웃기는 소리

정정당당하게 붙어야 그런 칭호를 얻지

어린 시절, 70~80년대엔 홍콩 무협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만하면 히트를 친 세월이 있다.

 

검 하나로 세상을 헤쳐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지금의 마블시리즈 영웅에 못지않았다.

 

가장 기억되는 왕우(王羽) 주연의 외팔이 시리즈를 보면 악당들에게 팔을 하나 잃었으나 다시 검법을 익혀 그는 결국 중국제일검(中國第一劍)’의 자리에 오른다.

 

비록 영화지만 그 과정을 되새겨 보자.

 

제일 검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불리함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도 많고 권력도 있고 검술이 쟁쟁한 부하들을 거느린 악당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외팔이 검객은 몸도 불편한데다 측근 혹은 가족 등이 인질로 잡혀 있기도 했다.

 

이를 극복해야 제일 검이 된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악당 두목과 결투에 이르기 전에 수하들과 몇 번 씩 목숨을 건 대결을 벌여야 한다.

 

겨우 이겨내 마지막 악당 두목과의 대결에 겨우 이를 경우 주인공은 온 몸이 상처투성이거나 독에 중독됐거나 사랑하는 이가 인질로 잡혀 있거나 등 도저히 정상적인 검술을 펼치기 힘든 지경이기 일쑤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악당 두목의 목을 벨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박수갈채를 보내곤 했다.

 

제일 검의 칭호를 얻고 안개나 노을을 배경으로 자랑할 것 없다는 듯 쿨 하게 사라지는 주인공의 흉내를 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이 새롭다.

 

영미권의 법정 영화를 끌어들이자면

 

영미권 법정은 배심원제로 운영된다.

 

기소한 검사와 방어하는 변호사의 치열한 논리 싸움은 배심원들의 동의를 이끌어야 한다.

 

.무죄를 배심원들이 판단하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타임 투 킬은 자신의 딸을 능욕한 쓰레기 백인을 총으로 응징한 흑인 아버지가 범행을 저지르면서 오발로 경찰관의 다리마저 부상을 입힌 사건을 풀어낸다.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재판은 더욱 변호사를 불리하게 만든다.

 

이 사건에서 변호사는 무죄를 이끌어 낸다.

 

앞의 외팔이 검객처럼 모든 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그 변호사는 제일방패가 됐다.

 

꽁꽁 묶고 어디가 아픈지를 겨냥하고 무차별 찔러대는 경우는 조선제일검이 될 수 없다.

 

다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스페인 투우경기를 보면 클라이맥스에서 상처를 입은 황소를 향해 최후를 결정짓는 마타도르가 칼을 겨눈다.

 

황소는 이미 다른 투우사들에 의해 지쳤고 칼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그나마 이 경우는 황소로 하여금 그가 지닌 유일한 무기인 뿔로 승부를 볼 수 있게 허락한다.

 

잘하면 마타도르를 물리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있다는 말이다.

 

반면 처음부터 황소를 꽁꽁 묶어 놓고 칼을 겨눈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승부가 아니라 작업이다.

 

포박된 황소를 향해 어디가 아픈지 골라 쑤셔대는 건 검객이 아니다.


포박하는 과정도 비겁한 장면을 동반한다.


거부하는 황소의 새끼를 잡아 '말 안들으면 송아지를 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분노한 황소의 힘을 빼기도 한다.


그런 조건에서 황소를 잡았다면 조선제일검이라고 외칠 수 있을까?

 

그건 조선제일검이 아니라 조선제일** 으로 읽힐 것이다.

 

요즘 회자되는 조선제일검이라는 말이 너무 오용되는 듯 해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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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24년 하반기 어린이통학차량 합동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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