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잘서야 잘사는 사회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배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 있다. “성공하려면 줄을 잘서야 해. 라인이 중요한거야. 너는 나만 믿고 따라와.” 사회초년생이 이 말을 듣기도 하고, 또 사회생활에 익숙해진 누군가는 사회초년생에게 이 말을 하기도 한다.
줄은 어디에 서면 잘섰다는 말을 들을까? 학연·혈연·지연·직장·종교 등으로 친분관계에서 시작하는 줄서기. 줄을 잘못서서 후회하기도 하고, 줄을 잘서서 성공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디에 줄을 섰을 때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아마도 가능성을 점쳐 볼 수는 있겠지만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기다리는 문화를 예를 들어 이해를 돕고자 한다. 예전에는 화장실이 3칸이라면 기다리는 줄도 3줄이었다. 내가 기다리는 줄이 빨리 빠지면 금방 들어갈 수 있지만, 내가 기다리는 줄이 오래 걸리면 다른 줄에 선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먼저 화장실을 들어가기도 한다.
화장실 3칸 중에 내가 어디에 서야 화장실을 빨리 들어갈 수 있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먼저 온 사람이 늦게 들어가기도 하고,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 문화가 변했다.
화장실이 3칸이든 10칸이든 기다리는 줄은 1줄이다. 들어온 순서대로 화장실을 들어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찾아온다. 줄을 잘서야 빨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기회가 오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변화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서 공직사회에도 자연스럽게 청렴이 강조되고 있다. 모두가 청렴을 얘기하고 당연히 지켜야 할 공직자 윤리로 여기고 있지만, 친분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청탁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학연·혈연·지연·직장·종교 등은 우리의 생활이고 내가 거절했을 때 소속된 그 사회에서의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줄 잘서야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라도 ‘줄만 서면 공평하게 기회가 찾아오는 시대’로 말이다. 지금도 머릿속에 ‘누구한테 부탁을 해볼까?’, ‘누가 이걸 해결해 줄 수 있을까?’하며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진정한 청렴시대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학연·혈연·지연·직장·종교에 의지하는 사회가 아니라 1줄로 줄 잘서야 잘사는 사회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