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516도로라니...
4·3 70주년을 앞두고 도로 이름 하나 바꾸지 않는 제주도정
다음 주면 4·3 70주년이다. 제주도는 어느 때 보다 떠들썩하게 4·3을 홍보하며 4·3 70주년을 제주방문의 해로 기가 막히게 탈바꿈시켰다.
4·3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살펴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화려한 동백꽃의 향연 속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4·3을 제주방문의 해라는 그럴듯한 관광 상품정도로 만들어 버리는 이들의 눈에, 군사독재를 찬양하는 5.16도로명과 독재자의 휘호를 새긴 기념비가 버젓이 남아있는 지금의 현실이 4·3 원혼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광장의 촛불이 뜨거웠던 2016년 12월 제주시 산천단에 위치한 박정희 휘호가 새겨진 기념비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516도로를 기념하며 세워진 이 비는 행정에 의해 보름도 지나지 않아 선명히 원상복구 된다.
전국 방방곳곳 수백만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그를 비호하는 독재의 잔재들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을 들던 때, 평화의 섬 제주에서는 독재자의 흔적을 비호하기 바빴던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고 추념하는가?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정식명칭 ‘1131번 지방도’인 횡단도로, 일명 516도로라 불리는 이 도로는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기념하여 명명되었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516은 군사쿠데타로 제 이름을 찾게 되고, 제주에서는 쿠데타를 미화하는 516도로 명칭 변경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그 이름은 굳건하다. 특히 2014년 전국적으로 도로명 주소가 시행되며 지역과 연관된 쉬운 도로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516도로는 성역처럼 자리를 지켜 ‘516로’라는 신주소까지 부여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2016년 박근혜 탄핵정국에 맞춰 서귀포신문은 516도로 명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무려 87.3%가 ‘변경해야한다’고 답했다.
변경 이유에 대해서도 ‘올바르지 않은 역사청산, 박정희 박근혜가 부끄럽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어울리지 않는 폭력적인 이름이다’, ‘516쿠데타 이름을 쓴다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군사쿠데타를 기념하고 정당화하는 꼴이다. 4·3의 땅에서 이런 반민주적이고 비평화적인 도로명은 바뀌어야 한다’ 등으로 도민들은 4·3의 땅 제주에 516이라는 독재의 잔재를 결코 원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고 추념하려 하는가? 우리 주변의 적폐와 독재 잔재는 그대로 내버려둔 채.
지난 93년 이후 제주도민들은 수없이 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516도로명 개명을 요구해왔지만, 제주도는 한결같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오히려 개발독재의 상징인 박정희를 본받듯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고, 투기자본을 끌어들여 무분별한 개발에 열을 올릴 뿐이었다.
2006년 제주특별법에서 ‘제4장 세계평화의 섬 지정’을 명시하고, 많은 정치인이 평화의 섬 제주를 외쳐온 결과는 어떠한가? 청정바다 강정에는 폭력적인 과정으로 해군기지가 들어섰고, 핵잠수함마저 드나들고 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미군이 강정에 들어와 있다. 과거 일본이 그러했듯 제주 전체가 군사기지화 되어가고 있고, 개발독재의 망령들이 제주 곳곳을 떠돌며, 거짓 평화의 장막에 숨어 여전히 군사독재를 미화하며, 4·3을 왜곡하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방해하고 있다.
고은영 예비후보는 일상의 독재 잔재청산부터 역사적 진실까지 규명할 것
군사독재의 잔재에 부끄러웠던 도민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지난 30여 년간 지역 정치인들은 침묵하고 방조했다. 고은영 예비후보는 “도지사가 되면,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516도로명 변경을 추진하고, 동시에 도민들과 함께 잘못된 과거의 지명과 흔적들을 지워나갈 것이다. 일상에 숨어있는 적폐를 청산하여 제주의 역사를 바로잡고, 4·3의 아픔을 평화로 승화하여 제주를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첫 단추로 ‘516도로의 명칭 변경’부터 시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18년 3월 28일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선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