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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우고 싶은 박(朴)에 대한 기억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박정희 시대의 종언(終言)이라는 말도 들린다.

 

50대 중반에 접어 든 요즘, 박정희 시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태어나니 박정희 대통령 치하였고 고2 때 그의 통치와 이별했다.

 

부모님 품에서 학교 다니던 주제에 통치를 벗어났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는 그러려니 하던 것들도 이제와 돌이켜 보니 요상한 것들이었다는 생각이고 보니 벗어났다는 지적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산천단 인근에 있는 5.16도로 박정희 공적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누군가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가장 첫 기억은 국민교육헌장 외우기.

 

다행히 잘 외우는 편이라 80명 정도의 급우 중 거의 5번째 정도로 집에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베이비 부머 세대라 당시에는 80명을 넘는 한 반에다 교실이 부족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던 시절이다.

 

다음날 등교해보면 어김없이 5명 정도가 어제 못한 국민교육헌장 외우기에 열중이었다.

 

어둑해질 무렵까지 끝내 다 외우지 못한 아이들은 며칠 시달렸다.

 

두 번째는 공무원이던 선친과 이호해수욕장에 놀러갔던 815일 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부랴부랴 사정을 알아보시던 선친은 집에 가야겠다며 우리 형제를 집에 데려다 주고는 근무에 나섰다.

 

저녁 무렵 어머니는 밥을 짓고 계셨고 TV에서는 통곡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도됐다.

 

그 이유를 몰랐던 나는 왜 저 사람들이 저렇게 우느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몰라, 자기 부모가 죽어도 저토록 울까라며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세 번째는 엄청난 성은을 입었다.

 

항파두리 개막식이 열린 것은 까만 교복에 까까머리를 했던 중학교 시절.

 

태극기를 들고 '님을 마중했다'.

 

행사가 끝난 후 단팥빵 3개를 받았다.

 

군것질을 할 용돈이 없던 시절, 그 단팥빵은 내 입을 호강시켰다.

 

네 번째는 고등학교 진학 후 교련 수업을 받고 국기하강식에 경례를 꼭 해야 한다는 믿음을 모두가 철석같이 지킬 때 였다.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는 그 시간이 모두의 시야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 질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가방을 챙기고 샛길로 유유히 남보다 일찍 집에 가곤 했다.

 

다섯 번째는 늦가을의 쌀쌀함이 옷깃을 파고들 무렵, 지각 버스 안에서 들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라는 소식이었다.

 

마침 같은 학년 서. 너명이 같은 버스를 타고 있었고 이들은 대통령 시해라는 단어의 엄중함에 낯설어 했다.

 

나는 그들에게 학교 며칠 휴학할지도 모른다는 낭보를 전했고, 하룬가 이틀인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등 대통령들이 새롭게 이어지면서 박정희라는 이름은 제주에서 ‘5.16도로에서 얼핏 기억될 뿐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후 우리 세대에서도 또 다시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단지 독재자일 뿐’, 이라는 비난과 산업화를 이끈 영웅이라는 칭송이 술좌석에서 부딪쳤다.

 

아버지의 노동과 어머니의 노력이 우리 형제를 먹여 살렸고, 두 분 덕분에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는 믿음이 굳건한 나로서는 박정희 덕분에 먹고 살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우리 집을 제외하고 그들에게는 박정희 이름이 새겨진 쌀가마니가 택배로 배달됐는지 확인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박정희가 먹여 살렸다는 말에는 지금도 반발심이 인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 화두가 국민들 사이에 엄청나게 달궈지기도 했다.

 

그 논쟁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주 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신세대도 아닌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이제와 생각하니 다만 지겹다는 느낌이다.

 

그의 시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시대가 풍기는 모든 것들이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는 모든 것들, 왜곡되게 알려진 것들이 사라지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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