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현실이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 기획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토지를 헐값에 대규모로 매입한 뒤 소위 '토지 쪼개기'를 통해 고가에 되팔아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농업회사법인 및 육지부 '기획부동산'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농업회사법인 대표 백모씨(41. 부산)를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법인 상무 이모씨(39. 부산)와 토지개발업체 대표 박모씨(31. 포항)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작전이 펼쳐 졌던 성산읍 토지(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이씨 및 박씨와 공모해 지난해 2월부터 12월 사이 73통의 토지매매계약서를 위조한 뒤 이를 행정기관에 제출해 거짓으로 토지를 분할했다.
8필지를 66필지로 쪼개 173명에게 되팔아 10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성산읍 일대를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보고 토지 8만4968㎡ 상당을 19억여원에 집중적으로 매수한 뒤 백씨에게 33억여원에 판매해 14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박씨에게 토지를 매수한 백씨는 이를 173명에게 4배 가량 부풀린 136억3631만여원에 판매해 10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박씨가 3.3㎡당 7만4200원에 매입해 백씨에게 12만7400원에 넘겼고, 백씨는 토지쪼개기를 통해 173명에게 62만원에 넘긴 것이다.
이들이 당초 8필지의 토지를 66필지로 분할할 수 있었던 것은 거짓 매수서류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행각은 지난해 10월 제주특별자치도의 제2공항 건설예정지에 대한 토지허가구역 지정 발표 후에도 계속됐다.
박씨는 제2공항 건설 발표로 성산읍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자 토지를 판매하면서 "허가구역이 해제되면 등기이전을 해주겠다"고 약정해 44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제주도가 내부 지침을 통해 토지분할 신청시 토지거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토록 지시하자 이들은 기존 거래관계가 있던 매수인들의 인적.금융거래 내역을 도용해 매매계약서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업계의 관행일 뿐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태근 제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실제 관련 법규가 미비한 상태여서, 유사한 범행이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돼, 해당 부처에 토지분할사유를 제대로 심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며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허가를 받지 않고 매수할 경우 해당 계약은 '유동적무효'이므로 장시간 동안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뿐만 아니라, 매수인들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업체와는 별도로 신화역사공원, 제주 제2공항 관련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업체 4곳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