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하천 복원사업이 크게 늘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만큼 물 흐름이 강해졌거나 물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물난리가 나는데도 해안 저지대의 용천수는 말라가고 있어 걱정이다. 간신히 솟는 물마저 마시지 못하는 죽음의 물로 변하고 있다.
아이들보고 옛날에는 저 물을 마시기도 하고 빨래도 목욕도 했다고 하면, 믿어줄까. 삼다수라는 좋은 물로 밥 짓고 목욕하고 농약마저 지하수에 타서 이용하다보니 물이 귀한 줄 모르고 있다. 조상들이 용천수를 찾아 물허벅을 지고 다녔던 날이 그리 오랜 된 일이 아니다. 100년도 지나지 않은 어제의 일이다. 이런 속도라면 100년 후에 삼다수는 제주의 생명수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제주섬에 발생하는 물난리를 그저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현상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깨끗한 하천정비사업처럼 언제까지나 인위적 공법으로만 해결하려는 반자연적 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처방을 알아야 하며, 말없는 곶자왈과 한라산 숲을 달래야 한다.
해결은 바로 자연에 있다. Wild Solutions(자연은 알고 있다)의 저자인 앤드루비티와 폴 에얼릭이 전하는 지침이다. 자연은 거짓으로 물의 양을 조절할 능력은 없지만, 물의 문제를 가장 민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세계 곳곳의 물난리 현장 대신에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섬을 보자.
스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곶자왈 숲이 사막화와 블랙화로 변질되면서 물의 순환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빗물이 쏟아지면 자동적으로 곶자왈의 숲이 이를 조절해주었다. 그러나 숲이 사라지고 숲이 단순화되면서 빗물에 의한 흙의 침식이 가속화되고 물의 흐름은 집중화되면서 하천이나 도로 범람으로 이어져 농경지가 피해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의 주요 계곡이 남북으로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큰 비가 내리면 빗물이 일시에 바다로 흘러 내려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빗물을 조금이라도 땅 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지속시키면서 지하로 스며들게 하는 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자연적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제주의 빗물은 지하수의 원천이기 때문에 좋은 지하수를 얻기 위해서라도 1차 여과기인 곶자왈을 지키는 것이 곧 물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최근 범도민적으로 펼치는 곶자왈 한평 사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키는 큰 사랑이다. 오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생명수의 원천인 곶자왈의 참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눈에 보이는 곶자왈 자원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어야 만이 보이지 않는 지하수 자원까지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물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 했다. 곶자왈의 종가시나무 잎이 윤기가 나고, 노루의 눈이 번쩍이고, 사람의 눈이 촉촉한 것도 모두 물의 힘이다. 이왕이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로 채워져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화산섬 제주의 생명수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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