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싱거 이서, 그저 일 허멍 냉수에 된장 풀엉 만든 된장 냉국 혼 사발씩 맨날 들이키는 것이 다 주.”
발효식품과 장수의 상관관계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서귀포 지역을 찾은 모 전국 TV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서귀포 할머니가 일하는 도중에 한 대답이다. 장수와 우리 발효식품과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답이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거나 여름철에 제주도를 여행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음과 같은 제주도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알 것이다. 매끼 밥상에 찌개가 아닌 국이 있어야 한다. 물론 대부분 된장국이다. 여름이면 채소를 곁들인 된장을 냉수에 풀어 된장 냉국을 먹는다. 자리물회, 한치물회 등 냉수에 된장을 푼 냉국에 회를 넣은 된장냉국 생선물회가 있다. 생선회도 초장이 아닌 된장에 찍어야 생선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하며 된장에 찍어 먹는다.
특히, 자리, 어랭이 같은 작은 생선을 뼈와 같이 잘라 된장에 찍어 먹는다. 이렇게 회를 먹는 것은 70, 80년대 당시 내도 관광객들에게 신기하게 보였다. 이 방식은 요즘은 세꼬시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보편화 되었다. 누구나 다 알듯이 된장이 어찌 제주도만의 문화이랴. 그러나, 같은 전통 소재를 가지고도 육지부에 비해 독특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전 시대가 대량생산 보편 획일성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독특함이 매력으로 간주되는 시대이다. 우리의 음식도 그렇다. 천대 받던 김치가 2000년대에 들어 국제식품규격에 등록이 되어 세계적 음식이 되었다. 수출입 교역량도 적지 않다. 이어 고추장의 국제식품규격 등록도 상당 부분 추진되었다. 된장도 뒤따라 추진중이다. 이처럼 국가에서는 우리의 전통식품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유사제품과의 차별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고 애쓰고 있다.
나라 안을 보면 순창군은 90년대 중반부터 고추장을 지역의 독특함으로 내세워 고추장하면 순창을 떠올리게 지역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최근 여세를 몰아 장류, 장수, 건강으로 이미지를 확장시켜 나가며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국으로, 세계로 내보내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 비해 도드라질 것이 없는 환경을 가지고도 전통식품이라는 단일 매력으로 사람들을 지역으로 끌어 들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라북도 차원으로 확산되고, 도 차원의 노력이 중앙정부에서 인정받아 2007년 말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 대상 지자체로 전북이 지정되었다.
새해 초부터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로 전북 익산으로 입지 선정, 2015년까지 총사업비 9,000억원 투입, 2015년 식품제조업 총매출액의 15% 담당 달성, 동북아 식품 시장 허브로 육성, 8조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창출 등 구체적 기본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렇게 나라든 지역이든 차별적 이미지를 우선 형성하여 막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제주도는 어떠한가. 국내 관광의 메카였던 시절 덕에 앞서 인지되기 시작했던 된장 음식문화의 독특성이 이미지를 선점해 나가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다른 지역에 밀려 고사 될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그간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전략적 접근 없이 1차산업육성정책, 3차산업육성정책을 단순하게 운영하여 온 결과이다.
그러나, 2008년 들어 제주도는 신경제혁명의 기치를 걸고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제주 경제의 쌍두마차 격인 1차산업과 3차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도정은 취약한 제주 2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2006년도 제조업 도내총생산액이 도내 총생산액의 2.5%밖에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과 전국시·도대비 최하위라는 사실은 산업구조가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편향된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으로 필자는 신규로 육성하는 제주의 2차산업을 전후방산업간 연관효과가 충분하도록 육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차산업과 3차산업에서 제주도에 대해 이미 형성된 강력한 긍정적 이미지중 ‘청정’이라는 이미지를 아직 일천한 단계에 있는 2차산업으로 끌어 들여 신규 2차산업이 ‘청정’ 이미지 후광을 받아 보다 용이하게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 2차산업의 향후 생산물과 산업 이미지가 1차산업과 3차산업을 또다시 보강하여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선점한 '청정‘이라는 이미지는 환경, 안전, 건강을 아울러 품을 수 있는 현대의 조류에 맞는 강력한 자원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자원을 여러 산업에 잘 활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만족시키는 신규 2차산업은 당연히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한가지 대안으로 2008년 초부터 제주도청 기업사랑과, 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과 등이 힘을 합쳐 제주형 발효식품산업육성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식품업무가 2008년 들어 농림부로 이관되며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로 바뀐 것, 여러 식품의 안전문제가 불거지는 것 등 새로운 추세를 읽고 하는 도전이다.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전환한 것은 우리 농산어촌이 단순하게 원재료성의 농림수산물을 생산·채취 판매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안전한 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안전한 식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전 과정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다. 필자는 제주도에 발효식품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이런 큰 환경의 변화에도 적합하고, 신경제혁명을 추진하는 제주도정의 의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첫발로 발효식품중 전통된장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하여 도청 담당부서, 도내 전대학 식품관련 전문가, 연구기관, 전통된장 제조선도업체, 컨설팅 회사, 마케팅 전문가, 디자인센타 등 산학연관이 뭉쳐 2008년 7월에 된장 클러스터를 조직하였다. 작년 반년 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도내 전반적인 산업 및 품질 조사, 선진지 견학, 전문가 초청 세미나, 신제품 개발, 시설 개선, 디자인 개선, 선도업체의 품질경영시스템 구축 등 적지 않은 활동을 수행했다.
2009년도에도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분명 뒤늦은 출발이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다. 10여년을 지속하여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는 순창 사례에서 보듯 단시일내 실현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변화를 위한 도전을 결정하여 시작하였다.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룬 것이다.
모든 관련자들이 마음과 머리를 모아 전략을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제주도가 청정한 곳에서 우리 전통식품을 안전하게 생산하여 전국민, 전인류의 건강을 지켜 주는 청정·건강 섬의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도정이 바라는 1차산업과 3차산업을 역으로 이끌어 주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유망 2차산업 하나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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