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진성에서 서귀포시까지, 행정의 뿌리를 다시 보다
서귀포시 송산동 주무관 강지향
서귀포시 송산동에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서귀진성이 자리했던 곳이다.
정식 축성된 군사 요새로서 제주 남부 지역의 행정·군사 중심지였다. 이곳에는 진관청, 객사, 병기고 등이 있었고, 성 내에 마을이 형성되며 서귀마을의 기원이 되었다.
서귀진성에서 동쪽으로 약 70리(28km)를 걸어가면 조선시대 정의현성에 이르게 된다.
이 ‘칠십리’의 거리는 오늘날 서귀포시의 대표적 문화지명으로 자리 잡았지만, 본래는 정의현과 서귀진성을 잇는 행정·군사 이동로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서귀진성과 칠십리는 단순한 유적이나 풍경이 아니라, 서귀포 지역 행정의 원형을 담고 있는 실질적인 역사 경로인 셈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이 일대에 서귀면사무소가 들어서며, 서귀진성의 기능을 이어받아 근대 행정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해방 이후 서귀면은 읍으로 승격되었고, 1981년 서귀포시로 시 승격되면서 제주 남부의 행정중심은 지금의 서귀포시청과 각 읍면, 동주민센터 체계로 확장되었다.
현재 송산동주민센터가 위치한 이곳은 바로 그 서귀면사무소의 자취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행정의 흐름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그 정신과 자리는 이어지는 법이다.
서귀진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솔동산 아래에서, 칠십리를 걸어 연결되었던 정의현과의 관계, 그리고 근대 행정의 무대였던 서귀면사무소의 자리를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현재 이 공간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이유를 되짚는 과정이다.
행정은 단지 문서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공간과 역사 속에서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다.
서귀포의 행정이 오랜 뿌리 위에 지금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이 도시의 행정이 따뜻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성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