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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병장회의로 결정? 100년전 소련군대냐

같은 사병 휴가문제를 결정한다고?

모 종편 방송이 내보낸 기사가 화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씨가 병가를 연장 신청하자 병장회의에서 불가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80년대 군대생활을 한 장년의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이를 분석한 다른 유튜브 방송 등을 챙겨봤다.

 

병장회의를 매일 열고 선임상사가 이를 주도한다, 여기서 부내 내 운영방침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서씨의 병가연장이 불허됐는데도 다른 힘이 작용해 휴가를 인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대는 아주 단순한 체계를 유지한다.

 

일반 사회의 여타 조직과 가장 다른 점이 그것이다.

 

명령하면 따르는 그런 단순성은 유사시나 전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런 체계라야만 비상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 그렇다.

 

그 명령이 부당했는지 혹은 잘못됐는지 따져보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군대 생활 당시를 떠올려 보면 매주 수요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긴 했다.

 

오전 동안 정신교육에 이어 내무반 생활을 전반적으로 사병들이 둘러보고 개선할 점 등을 건의하고는 했다.

 

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행사였지만 건의 내용은 뻔했다.


군대라는 특수성 탓이다.

 

중대장이나 대대장, 지휘관들이 보고 있고 하늘같은 선임들이 뒤에 버티고 앉았는데 민감한 사안이 제기될 리가 없다.

 

고작해야 청소도구가 부족하다, 동절기에는 목욕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 정도.

 

이것들도 거의 군대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로 귀착된다.

 

지휘관들은 이 건의를 들으면 흐뭇한 표정을 짓곤 했다.

 

만에 하나 이 자리에서 휴가나 외출등을 입에 올렸다간 상상하기도 힘든 지옥이 펼쳐진다.

 

병장회의로 결정? 어느 군대 이야긴지, 100년전 소련 군대가 그렇게 하기는 했다

 

요즘 군대가 많이 민주화돼서 그런가, 아니면 카투사라서 같은 사병의 휴가문제도 회의로 결정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역사적으로 그런 군대가 있기는 했다.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소련은 사회 체계에 위원회라는 구조를 집어넣었다.

 

공장 등에도 노동자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의 각종 정책을 결정하도록 했고 책임자가 어떤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지를 전달해도 노동자위원회가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마저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군대에도 이 제도가 도입됐다.

 

예를 들어 지휘관이 복장을 단정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릴 경우에도 병사위원회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다뤘다.

 

병사위원회가 작업이 많은 만큼 단정한 복장은 힘들다고 결정하면 지휘관의 명령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 소련 군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병장회의에서 같은 사병의 휴가를 된다, 안 된다했다니 웃음이 난다.

 

아무리 서씨의 병가를 불법한 것으로 몰아가서 추 장관에게 타격을 입히려 하는 시도로 이해하려 해도 좀 상식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으면 한다.

 

병장회의가 휴가 불가를 결정했는데도 병가가 허락됐다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 관계자들, 과연 군대를 다녀오기는 했는지.

 

그들은 아마 100년 전 소련 군대에 복무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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