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기사만 아니면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게 좋다.’
정치인 사이에 회자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83회 1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차회의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2019회계 연도 결산승인의 건을 심사했다.
현 의원은 질의를 통해 예산과 관련된 중요한 심사를 하고 있는데 결산심사가 시장 예정자 음주운전이나 조직개편에 묻히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제(22일) 강원도의회 의원 10여분이 제주에 와 교류차원에서 술을 좀 마셨다면서 제가 취중에 질의를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질의시간을 넘겼다.
실제 제주도의회 제주특별자치입법연구회와 강원도의회 자치분권위원회는 22일 오후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공동세미나를 열었고 이후 저녁시간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 의원에게 쏟아지는 막무가내의 질책들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두 갈래서 들린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나는 코로나 19시국에 왜 모여서 술을 마셨나, 또 하나는 음주 사실이 있는 행정시장 예정자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도의원으로서 처신이 가볍다는 것.
과연 그런가?
첫 번째 비난을 따져보자.
‘모여서 술을 마셨다’,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에(?).
나라 전체적으로 친구나 지인들과 모여서 술을 마시는 자체를 막은 것도 아니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기본적인 경제생활은 이어나가자는 것이 요즘의 추세.
그렇다면 강원도 의원들이 제주에 온 것이 문제가 되나?
이게 문제가 되려면 제주관광이 전면 중지된 상태이거나 단체로 무슨 회의나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야 한다.
현 의원은 공동세미나를 가졌고 외부에서 온 손님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진 것 뿐이다.
그의 잘못을 굳이 따지자면 ‘다음날인 23일 도의회가 있는데 숙취가 남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현 의원은 ‘숙취로 쩔쩔맬 만큼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이래서 기초의회는 모두 없애야 돼' 등의 지방자치를 욕하는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댓글을 올린 네티즌은 제주도의회와 강원도의회는 광역 의회이지 기초의회가 아니라는 기본적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웃음이 나온다.
또 하나의 지적.
행정시장 예정자 청문회에서 음주문제가 불거질 참인데 도의원이 이러한 일을 벌여서 공격에 힘이 빠진다는 논리.
난독증(難讀症)이거나 이해부족이 심한 시각이라는 생각이다.
현 의원은 ‘전날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열심히 준비한 공직자들을 상대로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예의에 벗어난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행정시장 예정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혹독한 도덕적 잣대 위에 서야하고 그런 논점에서 본다면 자신의 행동이 더욱 비교되면서 인사권자를 공격할 수 도 있다’고 해석했다.
현 의원은 ‘은유적으로 이번 인사청문회에 도움을 주려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는지 아니면 받아들이는 분들이 오해를 하고 계신건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현 의원은 속은 좀 쓰리지만 질의를 해도 충분한 상태였다.
거의는 전날 마신 술로 고생하면서 오전 업무를 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막상 현 의원은 행정시장 청문위원도 아니다.
현 의원의 처신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 ‘현역 도의원이 술 탓에 질의를 포기했다’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가 클릭 수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최근의 언론 지형을 보면 제목과 내용이 너무 다른 게 많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