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사전의 풀이를 보면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월 21일경)에서 하지(6월 21일경)까지.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 2월 4일)에서 입하(立夏, 5월 6일) 전까지를 말하며, 음력으로는 1∼3월을 말한다.
봄은 일평균기온이 10∼15℃, 일최저기온이 5℃ 이상인 기간(서울에서는 대체로 4월 12일∼5월 6일)이며, 늦봄은 일평균기온이 15∼20℃이고 일최저기온이 10℃ 이상이 되는 때(대체로 서울에서 5월 7일∼5월 28일)이다.
봄의 화신(花信)이라 불리는 개나리·진달래가 3월에 피기 시작해 북쪽지방으로 나래를 편다.
평균적으로 본격적인 봄꽃인 벚꽃의 개화일은 제주가 3월 30일경이지만 지난 겨울이 워낙 따뜻했던 탓에 올해는 일찍 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봄 처녀 제 오시네~’와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의 차이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이은상님의 詩다.
봄을 맞은 청춘들의 가슴을 드러내는 듯 하다.
아무래도 희망이고 사랑이고 상큼함으로 읽힌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늦봄에 부르면 알맞을 터지이지만 봄이 오면 중장년 층들은 이 노래를 읊조리게 된다.
전자가 새로움이라면 후자는 아쉬움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막내 딸은 ‘봄 처녀 제 오시네’이겠고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봄날은 간다’의 어느 지점 일게다.
봄날을 맞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는 지적했지만, 그 한 마리가 오는 봄의 전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해방 이후 70 여년간 이 땅을 짓눌렀던 괴물이 있다.
반공이라는, 정부에 조금이라도 반항할라 치면 덧씌우던 ‘빨갱이’라는 단어.
북한은 ‘타도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대화를 섞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
이런 그릇된 가치관은 우리들에게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했고 중장년층들의 고교시절 추억은 ‘땀에 얼룩진 교련복’에 아로새겨져 있다.
크게는 대한민국을 대륙에 붙은 섬으로 남겨뒀고 여전히 ‘분단된 형편에서’라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세력들을 준동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휴전선이 녹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의해 강.약이 결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이제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여전히 ‘북한 비핵화는 거짓이고 남한만 비무장화 하려는 술책’이라는 역사를 거스르는 담론들이 떠돌고 있다.
이들은 ‘봄이 온 것도 아닌데 왜 제비 한 마리가 날아다녀 하며 그 제비를 죽이려 하는 부류’들이라고 단언한다.
봄 처녀 제 오시고,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휘날리며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봄날은 간다고 웃는 시민들 중 한명이고 싶다.
제발, 오는 봄에 재를 뿌리며 ‘겨울 옷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