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정치에서 떠나고 싶어 했고 글을 쓰는 작가 호칭으로 불러달라던 그는 ‘4개월만 하려 했는데, 2년이나 끌었다’면서 그만 둘 때라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유시민, 그의 박학다식과 분명한 철학에는 존경심이 일 정도
유시민은 진보적 지식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장미대선 직전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 만약 문재인 정권이 시작되면 ‘진보적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어준은 ‘입각해야 한다’는 쪽으로 답변을 유도했으나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진보언론들도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문 정부를 비판해 댈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도 그런 무분별한 비난에 출범 초기부터 휘청댔고 임기 내내 힘든 국가운영의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기에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적극 옹호하는, (수구우파에서 보기에는)어용 지식인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자도에서 마주친 원희룡 지사와 유시민 작가(원희룡 페이스 북)
또한 유시민이 젊은 시절 감옥에서 쓴 ‘항고이유서’는 지금도 명문으로 회자된다.
80년대 데모깨나 했던 대학생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지침서였을 정도였고 당시 판사들도 20대 대학생이던 유시민 작가의 이 글을 돌려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보여 준 그의 광범위하고 깊이있는 상식과 지식은 ‘어느 정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저 정도에 이를 수 있을지, 감탄을 하게 했다.
이밖에도 각종 토론회에서 그는 독보적인 존재로 각인됐다.
보수쪽 패널들이 ‘유시민이 상대방으로 나온다면’ 출연을 꺼릴 정도라는 것으로 방송계에서는 전하고 있다.
그런, 유시민 작가가 지난 제주도지사선거에서는 출연이 잦았다.
유시민 작가 정도라면 선거정국에서 ‘유명인이자 진보지식인인 본인’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특히 젊고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울림을 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썰전’에서 선거 전망을 얘기하던 중 묘한 시점에서 ‘원희룡 지사’를 언급했다.
도민들에게 평가가 낮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해 ‘지방자치 시대에 지방정부는 그런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도를 한 제주도 원희룡 지사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점이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민주당 측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의 문제점을 공격화두로 삼아 공세를 펼 때였고 원 지사 캠프는 이를 방어하던 시점.
유 작가는 의도했던, 아니던 ‘시도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며 평가에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
또 다른 장면도 있다.
그때는 원희룡 지사가 TV토론에서 ‘민주당 입당설’을 흘렸고, 다음날 민주당 중앙당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원 지사가 민주당 입당설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인물론 등으로 원 지사에게 호의적인 입장인 일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라고 도내 정가에서는 추정하기도 했다.
물론 원 지사는 당선후 CBS 김현정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민주당에 입당할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 유 작가는 ‘혼잣말인 듯 원희룡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겠나’라고 말했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마치 약속대련을 하는 것처럼 합이 너무 맞았다는 느낌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와 방송에 바쁜 유명인사가 추자도(楸子島)에서 마주 칠 확률은?
그런 속에서 원 지사와 유 작가는 지난 5월 30일 추자도에서 조우했다.
원 지사는 선거일정상 추자도 유권자를 만가기 위해, 낚시를 좋아하는 유 작가는 낚시를 하기 위해.
서로 추자도를 갔다가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세상은 우연으로 빚어지는 일이 너무 많기에.
그러나 선거에 바쁜 도지사 후보와 방송인으로 분주한 작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에게 약점을 보이던 원 지사에게 ‘유시민과의 한컷’은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우파의 정치인이 아니라 ‘개혁적 보수로서 진보적 유명인사와도 교류하고 지내는’, 그런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줄 장면인 까닭이다.
원희룡, 유시민의 연결고리는 뭐가 있을까.
일단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전혀 다르다.
보수와 진보의 ‘똑똑한 정치인’이지만 결을 달리 하고 있다.
원 지사는 제주출신이고 부인도 제주도 사람이다.
유 작가는 경주태생이지만 부인이 제주 사람인 흔히 하는 말로 ‘제주의 사위’.
둘 다 서울대학교를 나왔고, 그 부인들도 서울대 출신이다.
60년 초반 생인 원 지사와 유 작가의 부인은 당시 드물게 서울대에 진학한 제주 여성들이다.
친분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원 지사와 유 작가도 서울대 출신으로 정계에서 같이 활약했다는 점에서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에 부인들의 친분관계가 더해지면 각별한 사이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물론 짐작이다.
‘유 작가님, 왜 제주도지사 선거에 자꾸 모습을 보였어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이 우연으로 흘렀어야 마음이 편해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