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자 보수언론들이 득달같이 나섰다.
논조를 보면 객관적으로 현 상황을 보도하는 듯 하지만 속내는 결이 다르다.
미국철수로 인해 아프간 정부가 무너졌고 이제 아프간 국민들은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늘어놓고 있다.
또한 부시 행정부에 있던 한 전문가도 ‘한국도 미군이 철수하면 위험해질 것’이라는 흰소리를 해댔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많은 인사들은 ‘한국의 군사력을 아느냐’며 조롱했으나 그 전문가는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국내 보수언론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 월남 통일 당시에도 그랬지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이 북베트남 군에 의해 점령되면서 길고 긴 내전은 막을 내렸다.
서방언론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월남이 망했다고 표현했고 우리의 언론들도 당연히 그 논조를 따랐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외세에 의해 점령당했던 베트남이라는 나라 전체가 두 편으로 나눠 싸우다 통일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만약 보수의 시각대로 월남이 망했다면 지금의 베트남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국가인가?
미국을 업은 정치세력이 북베트남에 의해 소탕된 것이고 막대한 전비를 쏟아 부은 미국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동남아의 한 지점을 전략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이 당시 유신헌법 등으로 독재를 하던 박정희 정권은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난리를 폈다.
우리도 북한에 의해 망할지 모른다며 위대한 지도자인 박정희 아래 굳건하게 단결해야 하고 야당도 더 이상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국민들에게는 이전보다 몇 단계 높은 정신무장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으며 대다수 국민들은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전작권을 미군철수에 교묘하게 갖다 붙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보수 언론들의 속내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아프간 정권이 무너졌다는 기사는 현실적으로 객관적이다.
그러나 국내 보수언론들이 이를 강조하는 데는 또 다른 포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즉, 전작권이 회수되면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일부 보수 계층의 주장을 담아 현 정부의 전작권 회수 노력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교묘하게 섞고 있다.
전작권 회수는 곧 미군 철수로 이어지며 북한의 침략에 당할 수도 있고 카불 공항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는 아프간 국민들의 모습은 미래의 우리 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전작권 회수는 묻어 두고 미국의 말을 더 잘 들어야 하며 동시에 일본과도 화해하고(굴욕적이라도) 서로 손을 잡아 북한이나 중국 견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넌지시 일러주는 셈이다.
사실 진정한 보수라면 아프간 정부는 미군에 의지하다 미군이 철수해버리자 곧 바로 망했다면서 대한민국도 얼른 전작권을 되찾고 동시에 북한과 주변국들에 대비하는 군사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반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우리는 안 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힘을 빌려야 한다, 자존? 누구 말대로 개나 줘버려’라고 외친다.
이들은 보수가 아니다.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수구 꼴통’이라는 말도 있지만 더 적절한 표현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