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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명숙 이사장의 '영초언니'

모두가 아팠던 우리의 자화상

정치적이기를 한사코 사양하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최근 영초언니라는 소설집을 펴냈다.

 

그의 표현대로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다웠을’, 20대 초반 먼 남쪽 섬나라 제주에서 진학한 고려대학교의 장래가 양양한대학생 시절, 그는 천영초라는 선배 언니를 만나 운동권이 됐고 결국 영어의 몸으로 전락하는 처지가 된다.

 

그가 추구했던 가치, 이상 등은 부르다 내가 지친이름이 됐고 처절하게 망가진 몸과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기자로, 혹은 엄마와 아내로, 제주올레 개척자로 살아온 그의 삶엔 더께가 엿보인다.

 

 

영초언니를 위해 쓴 논픽션 소설집을 발간하게 된 이유로 그는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이 특검에 출두하면서 이게 민주주의냐라고 외치는 모습을 본 이후 였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토로했다.

 

전부터 단편적으로 영초언니에 대한 글을 정리해 온 탓에 책으로 낼까 고민도 했지만 조정래 선생이 그나마 일군 올레길도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접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당시는 박근혜 정권 초기였다.

 

이제 세상이 바뀌니 그 아름답지도 않고 찬란하지도 않은 젊은 날의 초상을 겨우 소개할 수 있었나 보다.

 

서 이사장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많은 필자는 아주 엉성한 그의 행동거지를 보며 미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핸드폰 분실은 다반사고 빡하는 성격에다 어떤 때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소녀 심성을 가진 말괄량이 캐릭터랄까.

 

책은 낸 것도 최순실을 보고 빡 돌아서였음이 본인의 실토처럼 분명하다.

 

영초언니에서는 또 다른 사회의 단면을 본다.

 

유신헌법에 반대했던 당시 운동권 인사들은 아직 우리 정치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당시 겨우 움트기 시작한 노동운동의 활약상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알려진 바대로 거의 남성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회의원, 장관 , 광역자치단체장 등을 역임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반면 영초언니와 서 이사장 같은 여성 운동가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관심을 갖는 이들조차 드물다.

 

운동의 대가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다.

 

그저 보조 역할을 맡았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이 우리를 당황케 할 따름이다.

 

천영초라는 이름도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서 이사장의 친 남동생(책에서도 소개된 면회를 왔다는 그 남동생) 기억을 들어 보면 정말 아팠던 그 시대가 손에 잡힐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 거여동의 긴 가로수길을 걸어 누나 면회를 갈 때 고향 제주에 있는 어머니 얼굴만 계속 떠올랐다고 회상한 그는 뭘 먹고 싶으냐고 물어도 질문에 도리질을 치던 누나가 당시에는 정말 미웠다아마 미안해서 그랬겠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미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석방 후 집에 온 누나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정리하는 것을 게을리 했던 누나가 차곡 차곡 방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좀 의아해 했지만 아주 세월이 흘러 감방생활에 대한 트라우마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얼마나 상처가 컸던지 한동안 안하던 행동으로 식구들을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돌연 사표를 던지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고 제주올레길을 만든 서 이사장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는지 궁금해진다.

 

찬란한 젊은 날의 기억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로 만든 그 야만의 시대와 극복하지 못해 지금도 아파해야 하는  요즘.

 

전화통화에서 서 이사장은 책이 많이 팔려야 영초언니를 도울 수 있을 텐데,,,”라고 고민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랑하는 영초언니를 위해 서 이사장은 책을 썼고 인세 등 거기서 나오는 것들을 영초언니에게 줄 작정이다.

 

박정희의 유신시대와 전두환. 노태우 시대를 거친 중. 장년들.

 

대부분 그들은 영초언니같은 치열한 삶을 살지 못했다.

 

오히려 안타깝게도 그 시대가 만든 야만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괴물을 저마다 몸속에서키워 왔는지 모른다.

 

그 괴물은 이제 점점 커져 ' 사회 계층간 불균형, 세계 1위라는 자살율등으로 우리 몸을 뚫고 나오려 하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이 굳이 영초언니를 소환한 것도 잊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다짐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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