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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시들어가는 '장밋빛 인생'

부모 봉양 당연시하는 마지막 세대들

45회 어버이날을 맞았다.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효도를 다짐하지만 특히 50.60대는 착잡하다.

 

아직 제 둥지를 꾸미지 못한 자식들의 앞날은 불안하고 고령인 부모님들의 건강도 우려스럽다.

 

이 와중에 퇴직했거나 퇴직할 나이가 됐고,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도 장사가 안돼 한숨만 늘고 있는 형편이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됐다는 것은 한마디로 슬픔과 불안이다.

 

넉넉한 노후가 보장된 계층이라면 몰라도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걱정일 뿐이다.

 

혹자는 2의 인생운운 하지만 그것은 초라한 자기 위안일 뿐, 이 사회에서 잉여가 돼 버렸다는 말과 다름 아닌 탓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로 규정된 베이비붐 세대는 더욱 좌불안석이다.

 

나이로 따져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지역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후 고용 및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연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제주지역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및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특정한 시기에 출생률이 급상승하여 합계 출산율이 3.0% 이상의 연령대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보이는 세대로,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층 세대를 말하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이고, 제주지역의 베이비붐 세대는 도내 인구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실시한 설문 조사 내용을 보면 경제적 생활이 어렵고 자녀 교육 문제에 고민을 하고 있으며 퇴직 후 준비가 덜 됐다는 답변이 많다.

 

가장 큰 걱정거리도 먹고 사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비붐 세대, 그 찬란했던 장밋빛 인생

 

 

한국 전쟁이 끝난 후 휴전이라는 형식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종족을 늘리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생물학적 해석 속에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이 땅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많이 두려 했다.

 

제주에서 혹시 오전반, 오후반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안다.

 

제주시내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에서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입학하기 시작했고 턱없이 부족한 교육인프라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리는 없을 터.

 

한 학급 학생을 80명에 달할 정도로 과대 편성했으나 오전에 등교에서 수업을 받고 하교하면 다른 학급은 오후에 학교 수업을 시작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도 이 당시다.

 

또한 형제가 많았던 까닭에 집에는 항상 먹을 것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이에 들로 산으로 돈벌이를 위해 부모들은 나서야 했고 따뜻한 관심보다는 당장의 효과가 큰 매질이 어느 집에서도 있었다.

 

아마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속설이 이 당시에 가장 합당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 세대들은 중학교 들면서 어김없이 일본 군복같은 교복을 입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교련복을 입고 군사교육을 받았다.

 

변화의 중심에도 이들은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는 ‘58년 개띠’.

 

그래서 그때부터 중학교 입시가 없어졌다는 속설이 있기도 했다.

 

이들 세대 중 2~3년 터울은 한자교육을 아예 받지 못했던 층도 있다.

 

그래도 이들은 대한민국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1987년 이후 불어 온 민주화 열풍에서는 '거리에서 최루탄'을 가장 많이 맞은 세대이기도 하다.

 

반면 이들이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때에 IMF라는 사태가 찾아왔다.

 

 정리해고, 명예퇴직에 울어야 했고 그중 대부분이 자영업으로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

 

부모를 봉양하고 동생들을 보살핀 마지막 세대

 

이들 세대는 집안 제사나 벌초에 빠지지 않았다.

 

지금은 문중 벌초 때에 아들 시험기간이면 데리고 오지 않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 세대는 달랐다.

 

엄한 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맏일 경우는 더욱 그랬다.

 

동생들에게 본을 보여야 하는 탓이다.

 

실제 모 전직 행정시장도 큰 아들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에 대학을 포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

 

부모를 대신한 그의 희생으로 동생들은 제주 사회에서 어엿하게 살아간다는 얘기 자체가 이 세대에서는 잦은 일이다.

 

이 세대는 부모봉양에 이견이 없다.

 

무조건 모셔야 한다는 믿음 속에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베이비 붐 세대는 부모 봉양을 당연시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세대들이 현직에서 떠나고 있다.

 

치열하게,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세대들이다.

 

그들의 노후는 아마도 따뜻하거나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되는 실정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장밋빛 인생이 막 시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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