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옵니다. 고사리 비 촉촉하게 들판을 적시고 헐벗은 나무 가지마다 연둣빛 새순이 하나 둘 다투며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싱그러운 바람 불고 햇살 좋은 날엔 자연의 숨결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게 이맘때지요. 요즘엔 휴양림이나 오름을 찾아 일상의 피곤한 몸과 마음을 씻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특히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 오름을 찾아 순례에 나서는 직장 단체나 동호인 모임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다랑쉬오름이나 노꼬메처럼 널리 알려진 오름에는 순식간에 사람의 발길에 천연잔디가 패여, 골짜기를 이루는 곳도 많이 생겼더군요. 급기야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서둘러 보수공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개개인으로 따지고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의 발길이 쌓이고 쌓여 얼마나 자연을 고달프게 하는지 무너져가는 등산로를 보면서 알겠습니다. 이런 오름들이 너무 싱거워서인지 요즘에는 곶자왈이나 심지어 한라산국립공원 등 아직 알려지지 않는 오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오름은 등산로가 있는 어승생악을 제하고 나면, 대부분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입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요. 요즘처럼 등산객이 많지 않았던 시절의 백록담도 그러했습니다. 구름을 발아래 깔고 안개에 휩싸인 백록담의 산정호수는 신선이 살았다던 전설까지 더해져서 말 그대로 별천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수많은 사람의 발길에 초록의 살갗이 벗겨져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말았지요. 뒤늦어서야 백록담 출입을 통제하고 몇 년 간은 아예 정상출입도 막은 적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허물어진 백록담은 빗물에 씻겨 흘러내린 흙더미가 호수에 쌓이면서 심한 가뭄철에는 푸르던 호수가 바짝 말라서 거북등처럼 갈라진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흙을 덮고 새살이 돋기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본래의 자연이 훼손되는 건 순식간이지만,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지요.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등산로 이외의 지역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는 일도 어찌 보면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셈입니다. 그래야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온 자연을 온전히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시점입니다. 한라산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온갖 동식물들이 사람의 간섭 없이 살아갈 보금자리쯤은 우리도 양보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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