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양성평등
안덕산방도서관 정미숙
도서관과 양성평등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보통 성평등 문제를 생각하면 여성의 불평등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도서관은 여성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한 공간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전통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문화강연을 듣는 것은 정(靜)적이고 여성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서관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운영시간이 여성 위주로 이루어져서 남성들의 참여가 제한되어서였을까? 둘 다일 것이다. 공공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곳이다. 특정 성(性의) 이용자만 모이는 공간이 되면 곤란하다. 최근 여성혐오, 미투 운동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보면서 도서관이 양성평등의 가치를 배우는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도서관은 제공하는 정보 즉,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의식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림책 속 남녀의 역할과 모습에서 성역할을 배운다. 그림책 한 권이 아동의 평등한 성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출판되는 책의 제목만 잘 살펴도 변화하는 시대를 읽을 수 있고 대출되는 책의 주제로도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성차별이 만연한 이 시대의 현장보고서로 유명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18년 5월말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 인기대출도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남성을 더 많이 참여시킴으로써 양성평등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안덕산방도서관은 남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야간 인문학,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주말프로그램,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동화요리 프로그램,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로 성별 참여 격차를 줄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안덕면이 2018년 성별영향분석평가 우수 부서로 지정되었다. 남성의 도서관 이용 증가가 중요한 이유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고, 인문학 강좌에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의 무릎에서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양성평등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실감나지 않으시는 분들은 근처 공공도서관을 찾아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