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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21세기 한국 시단(詩壇)을 이끄신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인 ‘꽃’이라는 시, 시를 사랑하는 애독자들은 한번쯤은 읽어 보았든지, 기억하든지 암송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구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었던 필자도 마침 시인이 대학교 교수로 계셨던 경북대, 영남대가 대구에 있었으니 그 분을 만날 기회가 적지 않았다.

그 분이 지은 ‘꽃’이라는 시를 당시만 해도 우리들은 모이기만 하면 암송하는 일이 왜 그리 많았던지, 김춘수 시인의 강연을 들으면 마치 인생의 스승을 만난 것처럼, 그 후 오랫동안 강의의 내용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 후 ‘꽃’을 보면 나는 그에게로 달려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의미 없이 다가선 나에게 계속되는 나의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에게 하나씩 의미를 달게 했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하는 속에 나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숱한 반복되는 다가서는 행동들,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싶었던 나, 그들에게로부터 무엇인가 되고 싶은 나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의 중심에서 떠날 줄 몰랐던 나에게 꽃의 의미는 찾아 나선다는 행동과 실천의 의미를 알게 했다.

꽃은 움직이지 않아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꽃에서 풍기는 향기와 예쁜 자태는 나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하나의 깃발이기도 하였다. 수도 없는 의미들이 내가 다가섬으로 시작이 되고 의미가 갖는 상호작용들은 때로는 나에게, 때로는 너에게 행복과 불행으로 물물교환이라도 하듯이 무수한 시간들을 지나쳐 왔다. 나는 사물을 보거나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먼저 보게 되는 습성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그들의 장점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지니지 못한 장점들을 배우기 위해서다. 장점이 발견되면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그처럼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꽃에서는 너무나 많은 장점들을 배웠다. 내가 꽃에게로 다가서면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 꽃이 크고 작음이 아니라, 향기가 있고 없이 문제가 아니다. 그 꽃의 의미와 장점들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바로 다가서는 의미이다. 이미 그에게로 다가선다는 것은 바로 그의 장점을 안다는 것이며, 그 장점을 존경과 사랑하고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꽃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대화하는 것을 즐겨해 왔다. 나는 말없이 대화하기를 즐겨한다. 말을 하게 되면 의미는 단순하게 되고 상대방은 내가 던진 말의 의미에 국한한 대답을 한다. 때로는 내가 말한 내용이 전혀 다른 의미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말을 하지 않을 때에는 그 의미가 온 우주가 된다. 그러기에 꽃은 단순하게 그를 부르는 외침이 아니다. 그에게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아니다.

그에게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임과 동시에 내가 살아있음에의 확인이기도 하다. 나의 존재가치를 전달하고 상호작용이라는 살아있음에 대한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만 꽃에게만 국한하겠는가, 내 주변에 숱한 존재들, 사람과 동식물과 자연과 신에 이르기 까지 나의 의미가 살아있는 한 우주가 나의 의미의 대상이기도 하다. 내가 외로우면 그에게로 달려가야 한다. 먼저 달려가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그가 나를 알게 하고, 나의 이름을 알게 하고 그래서 드디어 외로움에서 탈출하는 꽃의 이름들, 다만 달려가야만 이루어지는, 그러면 나도 특별한 의미로서 이 세상에 그 특별한 관계 때문에 살아 있음을 알게 되고, 누구에겐가 잊혀 지지 않는 존재로서 인생의 신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 주위에는 아직도 의미를 받아야할 많은 존재들이 있다.

아니 내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기억하는 의미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상대방은 지금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꽃처럼 내가 다가서기를 원하고 있다. 내가 다가서면 반드시 그는 무엇인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기에, 다가서지 않고 먼저 두려하는 것은 인생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드디어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꽃에게로 다가서서 그의 이름을 부르기에 적합한 계절이다.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는 이름을 불러 보자, 행동하고 실천하자, 자그마한 목소리로, 때로는 힘차게 그의 이름을 불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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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26년 안전관리·민방위 계획 최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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