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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 놓은 제주의 설날 풍경

사라지는 친척집 방문 차례 지내기

코로나 19가 제주의 설날 모습도 바꿔놓고 있다.

 

몇 번 없는 명절이 썰렁하다는 시각과 이런 명절도 괜찮은 듯 하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 추석에 이어 도민들은 변화하는 명절 지내기를 체감하고 있다.

 

이른바 친척집 방문하며 차례 지내기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이 향후 2~3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고려하면 이러한 설날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예 설날을 지내는 광경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도 있다.

 

다른 지방과 다른 제주의 설날 풍경

 

다른 지방의 경우 큰집과 종갓집을 중심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자녀나 가까운 친척들이 모인다.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뤄진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멀어봐야 한 시간 거리 내에 거주하는 만큼 다른 지방에 비해 친척들 만나기가 수월하다.

 

물론 다른 지방에서 사는 자녀들의 경우 부모나 형제를 만나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 또는 배에 몸을 싣기도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설날 고향 방문을 위한 행렬이 제주공항에 이어지곤 했다

 

제주의 특징은 친척집을 순서에 따라 방문한다는 점.

 

10여명 정도의 친척들이 집안 사정에 의해 정해진 순서를 쫓아 차례를 3~4번 지낸다.

 

거의 4, 6촌 정도를 친척으로 여겨 설 차례를 같이 지내며 친척이 없는 집안은 8촌집도 방문, 같은 조상에 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명절 차례상 준비를 하는 비율이 다른 지방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코로나 19로 썰렁해진 설날, 박정희 시대에는 구박도 받았다.

 

설날을 천덕꾸러기 취급한 시대도 있었다.

 

음력으로 지내는 우리 풍속과는 달리 일제강점기에 총독부는 양력 설날을 들여왔고 우리 민족에게 그것을 강요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쳤던 조상들은 음력설을 지켜왔으나 박정희 시대에 카운터펀치를 맞게 된다.

 

양력설과 음력설을 같이 두는 것은 이중과세로 낭비이자 국력을 해치는 일이라고 규정한 박정희 정권은 양력설만 설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주의 경우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은 음력설을 많이 지냈고 서쪽은 양력설을 받아들인 결과 설날 풍경도 동쪽과 서쪽이 크게 달랐다.

 

박 정권은 음력설날 공무원을 아침 7시에 출근하도록 명령했다.

 

공무원 사회만이라도 음력설을 없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

 

그러나 새벽 5시에 일어나 차례를 지내는 방법으로 이를 이겨내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들어 음력설을 겨우 하루 휴일로 지정해 명맥이 유지됐다.

 

이후 전세가 역전, 양력설은 하루 휴일로 남았고 이젠 고유의 음력설이 진짜 우리의 설날이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흘 연휴로 맞이한 올해 설날은 코로나 19‘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방역방침에 따라 친척들이 사실상 모여서는 안된다.

 

이를 지키는 집안도 보이고 이것마저 막느냐면서 친척집 차례방문을 강행하는 집안도 눈에 띈다.

 

코로나 19를 설날을 맞은 도민들의 여러 가지 시선들

 

지난 추석에 이어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안도 있다.

 

50대 중반의 Y(제주시 용담2)이젠 아이들도 육지에 사는 경우도 많아 꼭 제사 명절을 지내야 하는 지 번민하던 차에 지난 추석부터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간단하게 과일 등을 챙겨 성묘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Y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과 저녁에 모이는 것으로 대신했고 이번 설날에는 그나마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면서 시대가 변하면 풍습도 변하는 것이라고 웃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올해 설날, 목관아지 등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냄직도 하다

 

명절날 처음 낮잠을 잘 수 있었다는 주부도 있다.

 

60대 초반의 K(제주시 일도2)는 친척들이 집을 방문하면 간단히 차리라는 말은 듣지만 간단할 수 가 없다고 전제한 후 차례상 차린 것을 친척 어른들이 들여다보는데 격식을 다 따라야 한다면서 올 설날은 각자 차례를 지내기로 하는 바람에 간단하게 차렸고 남는 시간에 낮잠도 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명절을 지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고 짜증나게 명절을 지낼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70대 중반 종손인 M(제주시 삼양동)는 달랐다.

 

코로나 19 때문에 육지에 사는 자녀들이 오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친척들이 조상들에게 절을 하지 않는 것은 못마땅하다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제주도는 벌초, 추석, 설날에는 반드시 모여 집안대소사도 의논하고 얼굴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게 맞아? 그런 것은 없다. 가문가례(家門家禮), 집안마다 알아서 하는 게 정답이다.

 

가문가례, 말 그대로 집안마다 지켜오는 예의법이 있다.

 

예를 들어 제사를 지낼 때 밥과 국을 산 사람이 먹는 그대로 놓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위치시키는 집안도 있다.

 

어느 집안이 옳은 거냐고?

 

그런 건 없다.

 

조상 대대로 지내 온 제사방법일 뿐.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각자 해 먹는 차례 절차를 이후 그대로 진행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예전대로 되돌리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정답도 없다.

 

집안마다 사정에 맞춰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예전 관습을 따르면 될 일이다.

 

우겨서 될 일이 아니다.

 

시류의 변화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집집마다 마련하면 된다.

 

30대 초반의 장손인 K(서귀포시 남원읍)는 말한다.

 

아마 코로나 시대가 지나도 명절도 이렇게 갈 듯 하다여유가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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