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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3과 '어머니의 눈물'

10년 전 쯤, 어머니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아 봐야 할 일이 있다며 말문을 뗀 어머니는 봉개동에 4.3 희생자들 위패를 모신다고 들었는데 장조카는 해당이 안되는 지 궁금하다면서 그곳에 위패라도 모셔야 내 원이 풀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간간이 4.3에 대한 외가의 이야기를 들어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으로 가서 행방불명이 된 나이 차이가 많은 큰오빠 밑으로 아들이 하나 있었고 어머니보다 2~3살 연상인 그 장조카와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사는 단란한 시골 살림이었다고 못내 그 시절이 그립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농이었던 외할버지는 제사나 명절 때는 먹을 건 몬딱 족은년 거여라며 그 힘든 시절에도 사랑을 받았다고 어머니는 회상했다.

 

2살 정도 연상이던 장조카는 고모를 마치 여동생처럼 돌봤다.

 

이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194843이후.

 

글 잘하고 활달하고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던 젊은 장조카는 이른바 산사람 대장이 됐고 어머니는 밭에서 장조카의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동네 사정은 쪽지에 적어서아는 사람 편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때의 긴장감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만큼 기억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장조카는 토벌작전이 마무리될 즈음, 아는 동네 사람의 밀고로 명도암에서 잡혀 총살을 당했다.

 

잘살았던 외할아버지는 따로 수를 써서 시신을 수습했고 동네 오름 인근에 묻었지만 찾을 길이 없다고 어머니는 하소연했다.

 

빨갱이로 처형당한 사람의 무덤 근처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조차 갈 수 없었고 어머니는 제주시 언니 집으로 피신을 해야 했던 까닭이다.

 

국군장교와 친하게 지냈던 언니 집에서도 어머니는 얼굴에 흙 등을 바르고 반 미친 사람시늉을 하며 그 잔혹한 세월을 피했다고 한숨을 쉬시곤 했다.

 

4.3평화공원에 위패를 모시기 위해서는 동네 사람 2명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서류와 함께 경로당을 찾았을 때 어르신들은 그 사람 모르면 이 동네 사람 아니라하면서 흔쾌히 서류에 서명을 해줬다.

 

차를 세운 곳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 어르신이 허겁지겁 우리 뒤를 쫓고 있었다.

 

잠깐만, 할 말 이수다라며 그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때 밀고한 사람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암수다. 언젠가 후손이 나타나면 꼭 말해주젠 해수다. 그 사람 누군지 알고 싶지 않으꽈?”

 

그 어르신은 60년의 세월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제 와서 누군지 안들 어떵헐거꽈. 그냥 모르는게 낫주 마씀”.

 

어머니는 내게 길을 재촉했다.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4.3 추념식 당일 날을 피해 봉개에 다녀올 작정이다.

 

대가 끊기고 지금은 아무도 없는 외가를 대신해 아마 그날은 스산한 바람만 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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