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칼럼)백호기 사태, 상식으로 풉시다

분쟁을 조정해야 하는 제주도가 오히려 분쟁의 중심이라는 지적도

올해 46번째를 맞는 백호기 전국축구대회가 주최권을 둘러싸고 잡음을 만들고 있다.

 

백호기라면 새해 첫 학기 도내 학생들을 열광하게 만든 대회로 중.장년 층에게도 기억이 새롭다.

 

지면 진대로, 이기면 이긴 대로 그 흥분을 운동장에 쏟아 부었던 당시 청소년들에게는 아마 지금과는 달리 권위적인 시대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올해 열릴 예정인 백호기는 시작부터 시끄럽다.

 

축제와 만남의 장이어야 하는 스포츠대회가 법대로라는 조금은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제주사회의 한켠을 달구고 있다.

 

이미 예견됐던 백호기 주최권 다툼, 그러나 상식대로 풀어야 한다.

 

백호기는 제주일보가 46년 째 주최해 오고 있는 축구대회로 도내 축구대회에서는 전통이 깊다.

 

문제는 부도사태를 거친 제주일보가 비대위를 이끌면서 회사를 지키던 중 김대성 전 회장의 친동생인 김대형 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주일보라는 제호를 법원 경매에서 획득한데부터 불거졌다.

 

이후 김 회장은 법적 권리를 토대로 비대위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던 제주일보에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래서 김 회장이 대표이사. 편집. 발행인으로 있는 제주일보, 제주일보 비대위의 제주신보가 탄생하는 사연이 이뤄졌다.

 

이때 도내 언론 종사자들은 상호만이 아니라 제주일보가 제주일보라는 이름으로 전개하는 사업도 김 회장의 제주일보가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번 백호기 대회에서 신호탄을 올린 것이다.

 

반면 올해 백호기는 제주신보 직원들과 경영진들이 지난해 보조금을 신청하고 도의회 심사위원회를 거친 대회임은 분명하다.

 

제주일보라는 제호는 양보했지만 자신들이 고생해서 만든 대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제주신보의 입장이고 제주일보는 제주일보대로 제주일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언론 종사자들과 도민 대다수는 도대체 보조금이 뭐 길래 그런 사단을 일으켜야 하느냐, 상식대로 풀면 된다고 혀를 차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올해 백호기는 고생한 사람들이 진행하고’, 내년 백호기부터는 양측이 입장을 정해서 제주도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분쟁을 조정해야 할 제주도가 오히려 분쟁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이 속에서 좀 불편한 사연도 회자되고 있다.

 

당초 제주신보 주최로 굳혀가던 시기에 원희룡 지사와 상당히 코드가 맞는 인사가 제주도 실세 인사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했고(제주일보에 주최권을 넘겨야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주변은 추측) 공직자들이 잰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주도 스포츠 관련 공직자 2명이 대한축구협회를 찾아 백호기 축구대회 승인 보류를 요청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물론 제주도 입장은 분쟁이 끝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론은 제주신보의 주최를 막고 제주일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즈음 제주도는 자문변호사에게 주최권이 누구에게 있나적극 행정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일보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백호기를 준비하던 제주신보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도내 언론 종사자들 대다수는 내가 만약 도지사라면 일단 올해 대회는 준비한 사람이 치르고 내년부터는 양측이 결정을 하면 그대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식이다.

 

상식이 적용됐으면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뭔가 이상한 기운이 스며들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법적 해결이라는 극단적 수단마저 동원돼야 하는 형편에 처했다.

 

우리가 이세돌에 열광한 이유, 우리가 볼 수 있는 상식을 느꼈던 탓

 

5연승을 자신했던 이세돌 9단이 3판을 내리 질 때 우리는 섣불리, 아주 섣불리 인간의 한계를 운운했다.

 

1200대가 넘는 슈퍼컴퓨터가 가장 합리적인 수를 단 몇 초 만에 척척 둘 때 이세돌 9단은 1초 초읽기에 몰리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보여줬다.

 

인간이 결코 기계를,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는 장탄식과 함께 심지어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우리가 둬 왔던 바둑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입신의 경지라는 바둑 9단에 오르면 저 마다의 기풍을 가지고 자신의 바둑을 두게 된다고 한다.

 

반상의 미학자, 우주류, 제비, 일지매, 삼중허리, 돌부처 등의 별명도 우연하게 건져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를 싹 무시한다.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점에 착수하고, 상대방이 반응하면 또 가장 이익이 되는 수를 찾을 뿐이다.

 

이런 메카니즘을 복잡다단하고 연약한 심성을 가진 인간이 극복할 수 없다는 한탄 속에서 이세돌은 제4국을 이겼고 우리는 환호했다.

 

전문가들은 아마도 알파고가 더 진화한다면 인간은 결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알파고일 뿐이다.

 

비록 이 판을 질망정 자신이 추구하는 바둑을 버릴 수 없어’, 나쁜 점에 착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를 이번 대국을 통해 단번에 가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사람 냄새가 나는 상식을 내면적으로 간절하게 원했음을 환호로 표출했다.

 

더 멀리 총선정국에서, 좁게는 백호기 사태에서 사람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란다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자신에게 되물어야 하는 세태가 서글플 따름이다.

 

모두 자중하시고 상식으로 해결해 주시기를 당부한다.

 

 

 

 

 

 

 

 





와이드포토

더보기


사건/사고/판결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