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우리가 써 내려갈 역사 서귀포시 남원읍 오지혜

  • 등록 2026.03.26 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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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우리가 써 내려갈 역사

 

서귀포시 남원읍 오지혜

 




제가 제주4·3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99세에 돌아가시니 할머니의 입에서부터 였습니다. “갑자기 초등학교 운동장에 소나놈들 모이랜행 나가 강보난 총들른 사람들이 이신거라~ 겅행 막 집으로 돌앙 하르방을 감자 창고에 숨겨서 너네 하르방이 살았쪄게어린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왜 갑자기 모이라고 했는지 왜 총은 들고 나타났는지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 물음표가 마침표로 바뀐 건 고등학생이 되어 4·3의 진실을 배우고 나서였습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4·36·25전쟁보다 더 깊고 아픈 상처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대학생 시절, 정부차원의 진상 보고서 확정과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관련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제작되면서 비극의 역사는 비로소 우리 모두의 역사로 올바르게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보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금전보상이 아닌 명예회복과 정의 실현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4·3관련 업무를 하며 희생자의 당시 나이와, 유족들의 현재의 나이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희생자들은 너무 어렸고, 유족들은 너무 늦게야 보상의 손길을 마주했습니다. 생존 희생자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계신다는 사실은 4·3이 과거에 머무른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써내려가야할 살아있는 역사임을 방증합니다.

이제 우리는 희생의 기억 위에 화해와 상생을 더하고, 갈등이 아닌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정리된 역사를 선물해야 합니다. 그것은 저의 할머니가 감자 창고에 할아버지를 숨기며 지켜냈던 그 소중한 생명의 무게에 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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