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답보다 먼저 귀 기울이는 일
남원읍 주민복지팀장 오지은

대민 행정의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전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담당 팀이 아닌 민원창구에서 자신의 사정을 한참 설명하는 민원인을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행정기관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까지 답을 기대하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알기까지 한참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민원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 업무가 아닙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부터 나오려는 순간이 있다. 조금만 더 들어보면 어느 부서의 일인지, 누구에게 연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인데도 말이다. 물론 행정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담당 업무가 아니면 정확한 답변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다음 전화와 처리할 일이 쌓인 민원 현장에서는, 빨리 요점을 찾고 대화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
그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짐작하고, 내가 해야 할 답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거나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문득 떠오른 말이 ‘적극적 경청’이다. 195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 등이 상담 현장에서 쓰기 시작했다는 이 말은, 상대의 말을 그저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기 위해 좀 더 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생각보다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말씀하시는 내용은 이것이 맞습니까?”
한 번 되묻는 것만으로도 엇갈리던 대화가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있다. 민원인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담당자도 무엇을 묻는 것인지 보다 정확히 알게 된다.
사실 이런 순간을 이야기하는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업무가 몰리면 첫 몇 마디만 듣고 결론을 짐작하기도 하고, 상대가 말하는 동안 이미 답변부터 생각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될 때도 조금 더 듣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려고 한다.
친절은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없는 일은 설명하고,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히 알려야 한다. 다만 그 설명에 앞서 먼저 듣고, 상대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는 제대로 이해하는 것. 어쩌면 친절은 좋은 답을 건네는 일보다, 먼저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