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으로 보듬는 마을의 안전
서귀포시 안덕면안전협의체 위원 김 란

“엄마, 오늘도 비 와서 위험하지 않을까?”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비가 많이 오면 배수로가 불어나고, 바람이 세면 나무가 쓰러질까 걱정된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안덕면 지역자율방재단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낯설고,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이웃과 함께 마을을 지킨다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방재단의 활동은 단순히 재난 현장에서 일손을 돕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비가 오기 전에는 넘칠 수 있는 배수로를 점검하고, 태풍 예보가 뜨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간판이나 나무를 살핀다.
겨울에는 제설작업 활동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일의 바탕에는 ‘누군가의 안전한 하루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여성 단원들한테 누군가는 바로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자식들이기 때문에 섬세한 시선으로 현장의 빈틈을 채운다. 무거운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한다는걸 알기에 한 발자국 더 움직이며 따뜻한 말 한마디, 손수 준비한 간식으로 지친 단원들에게 힘을 보태려고 노력한다.
이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행정의 지원이 아무리 많아도 위기 순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은 결국 주민(엄마)이다.
내가 사는 마을, 내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먼저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면, 나는 그 중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방재단 활동을 하며 이웃들과의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
서로의 얼굴을 알고, 안부를 묻고, 위험을 함께 살피는 사이가 되었다. 이웃의 관심과 연대가 곧 마을의 안전망이 된다. ‘방재’는 단지 위급한 순간의 대응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믿고 돌보는 문화가 자리 잡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마을의 한켠에서 빗물을 살피고, 정리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 엄마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이제는 안덕면 전체를 지키는 든든한 힘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