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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영역을 뺏어 행정에 바치는 '도의회'

제주올레 '이용 및 관리조례안' 행정귀속 시도, 걷는 돈도 낼 판

고창일 기자 기자  2009.08.20 15:17:33

순수 민간 영역에서 출발한 ‘제주 올레’가 제주의 새로운 관광 브랜드로 급부상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올레를 행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무모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행정의 지나친 관여로부터 ‘도민을 보호해야 하는’ 도의회가 거꾸로 ‘잘 되는 민간 영역의 사업’을 관치(官治)의 형태로 몰아넣으려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올레 이용 및 관리 조례안’을 마련,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이 조례가 시행될 경우 그 동안 자발적 참여로 제주 올레 길을 풍성하게 만든 ‘올레꾼’들의 발길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올레 길에 울타리를 치겠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제정 이유부터 불분명, 남 켠 불에 게 잡으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제주도의회는 제정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주올레를 방문하는 만큼 이에 따른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레꾼들로부터 쓰레기 문제, 도로포장문제, 편의시설부족 문제, 동물 사체 등 코스자체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관련된 여러 불편사항이 나오고 있으며 올레꾼들의 자생식물 채취, 쓰레기 투기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정 이유는 제주 올레의 의미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약간의 문제 발생의 경우 그 동안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성산포 지역 철새 도래지를 가르는 올레 길로 인해 야생동물 보호단체 및 전문가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이에 양 측은 ‘철새도래기간’에는 멀리 우회하는 방안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행정의 간섭 없이도 얼마든지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포장이나 편의시설 부족 등은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려는 제주 올레’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에 대한 불평이 일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올레꾼들은 ‘올레를 걸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입장이다.

전 코스를 다닌 제주시 일도 2동에 거주하는 K씨(45)는 “올레 길에 대한 진정한 맛과 멋을 모르는 극히 일부의 주장”이라고 전제 한 후 “올레 코스를 잘 살펴보면 마을 등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어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식수 등은 가져가거나 중간 중간에 마련된 마을 단위 봉사대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자생식물 채취, 쓰레기 투기 등에 대해서도 K씨는 “이는 올레 길 출발 직전 홍보를 통하거나 올레꾼들의 자발적인 감시 등으로 충분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례안 자체는 ‘제주 올레’를 행정에서 운영하라는 것, 도의회 왜 존재하는지 의문

조례안은 제주도라는 행정당국이 제주 올레를 컨트롤 하게 돼 있다.

제3조는 제주 올레의 구역은 도지사가 지정하도록 했고 제4조 폐지와 변경도 역시 도지사의 권한이다.

행정당국이 제주 올레의 ‘생사 여탈권’을 갖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제5조는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위원장은 행정부지사, 당연직 위원은 담당국장. (사)제주 올레 이사장으로 정했다.

제7조 관리 조항 역시 도지사가 관리하도록 했고 제9조에는 수수료 징수조항까지 넣었다.

한 마디로 민간에서 고생 끝에 만들어 낸 ‘제주 올레’길을 제주도에 넘기고 올레꾼들에게는 수수료를 받겠다는 발상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작 행정당국인 제주도는 가만히 있는데, 도민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야할 도의회가 민간의 것을 뺏어 행정에 상납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기가 찬 (사)제주 올레, “통째로 뺏으려 드는 셈”

이 조례안을 접한 (사)제주 올레 측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고생 고생하면서 도 전역을 누비며 올레 길을 만들어 왔다”며 “수많은 올레꾼들의 호응 속에 이 만큼 성장했는데 도의회가 앞장서서 관치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려 한다”고 토로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의회가 이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올레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공동으로 행동을 취할 계획”이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도의회 양병식 문화관광전문위원은 “올레 길 사업을 도와주려는 차원의 조례안”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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